생선이 온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이 온다는 말이다. 수십 년 장사 경력을 거뜬히 넘나드는 할매 사장님들이 줄줄이 자리한 서천특화시장은 특히 그렇다. 월포남전수산의 원용례 (72) 대표는 스물 한 살, 부여 기암에서 서천으로 시집을 왔다. 한문 선생님이던 아버지의 글 배우라는 말을 청개구리처럼 안 들었다며, 생선 장사의 역사를 한 마디 두 마디 풀어놓기 시작한다. 시어머니가 팔러 다니던 고기를 조카와 둘이 팔러 나가 "사세요~"하며 부끄러워 웃음이 먼저 나던 새댁. 물고기가 날보리가 되고 다시 돈이 되던 경험 속에 조금씩 일을 배워가며 어느덧 58년이 흘렀다. 장성한 큰 아들 하나, 딸 둘을 두고 마음 한 켠이 아려오는 건 배 타다 세상을 뜬 막내아들 생각 때문이다.
"세상살이 다 그런 것 같아. 컴퓨터도 그렇고 기술은 발전하지만 사람살이는 더 어려운 세상이 되는 것도 같고. 열심히 살고 남을 속이지 않고 그러는 수밖에 없지. 그래도 여기 자리 지키고 손님들 맞이하면 마음은 좀 가라앉지."라는 넋두리 속에는 옛날 ‘큰 고기’ 많던 시절에 대한 향수도 남아있다. 지금은 바다가 다 없어져서 홍어도 덩달아 없어졌단다.
살고 있는 동네 이름을 딴 월포남전수산은 철 따라 갑오징어며 바우지, 꽃게, 소라, 갈치 등을 판매한다. 처음 장사할 때부터 수십 년을 찾는 단골도 있다. "할머니 참 오래하시네. 건강하셔요."하는 말부터 "허리 아픈데 욕 보시네."하는 이야기까지 손님들 '좋은 말씀'도 많다. 카드기도 없는 가게, 꾸준한 단골 손님들은 계좌번호를 기억해두었다가 "할머니 돈 넣었어요"하기도 한다. '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 세상 살아가는 거'라는 월포남전수산에서 싱싱한 수산물에 곁들인 인생 한 국자 함께 떠가자.
월포남전수산
꽃게, 대하, 어패류
011-684-2130